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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관리 정책을 활용한 에너지안보 강화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5319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원무기화 확산 등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상승이 정부와 기업은 물론 우리 가정의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 결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급해지면서 에너지안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의 약 95%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국제정세 변화로 인한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안보 전략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안보는 적정한 가격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에너지안보 개념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돼왔다. 지금은 지정학적 위기에다 에너지전환 과도기에 발생하는 불안정성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로 공급 측면에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자원을 비축하며 해외 자원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사실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져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국 내 자원이 거의 없고, 지리적으로 사실상 섬에 가까우며 신재생에너지에 친화적인 기후나 토지 조건도 부족하다. 따라서 공급 중심의 전략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일 것이다.

 최근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주요 14개국을 대상으로 공급정책(공급원 다양화, 연료 대체)과 수요정책(운송 부문의 전기화, 건물 효율 향상)의 에너지안보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운송 부문 전기화와 건물 효율성 향상과 같은 수요정책이 공급정책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실제 노르웨이는 운송 부문 전기화를 적극 추진해 에너지 소비를 약 10% 절감시켰고, 독일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건물 단열 성능을 강화해 에너지 소비를 약 5%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전통적 공급정책은 미미한 성과를 보였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원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대부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바이오연료, 수소 등 연료 대체 전략 역시 제한적 성과에 머물렀다. 특히 경제 규모가 크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서는 공급 중심 정책만으로는 장기적인 시스템 효율성 향상과 경제적 이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구조상 수입의존도를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요 자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효율화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수요정책의 효과가 뛰어난 이유는 에너지 시스템의 특성 때문이다. 에너지는 생산에서 소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데 최종 소비단계에서 조금만 절감해도 생산단계에서는 훨씬 큰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최종 에너지 소비를 5% 줄이면 생산 단계의 1차 에너지를 약 10% 절감할 수 있다. 즉 공급단계보다 소비단계에서의 개입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게다가 수요정책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앞서 언급된 연구에 따르면 공급정책 가운데 공급원 다양화의 탄소배출 감소 효과는 거의 없었고, 연료 대체 전략도 11% 감소에 그쳤다. 하지만 수요정책인 운송 전기화와 건물 효율 향상은 각각 12%와 13%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수요 중심의 접근이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수요정책은 국가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공급원 다양화와 같은 정책은 타국과의 협상이나 국제적 합의가 필수적인 반면, 수요정책은 국내 제도 개선과 기술 발전을 통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가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요 중심 정책은 단순한 소비 감소를 넘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적 환경적 이점을 제공한다. 정부는 이러한 전략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수요정책 중심으로 에너지안보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다가오는 에너지 및 기후위기에 더욱 회복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이다.

전력 중심 에너지전환 정책, 리프레이밍이 필요하다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4년 9월 24일)

너무나 더운 추석이었다. 극심한 무더위와 급변하는 날씨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면서, 에너지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 세계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써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 저장, 전송∙분배 등 전력 공급에 초점을 둔 단선적인 정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잉여 전력으로 인한 출력제한 문제는 재생에너지 도입에 앞장서던 제주도부터 시작해 호남 등 내륙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설치와 송배전망 확대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탄소중립 정책은 주로 전력 공급 부문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최종에너지 소비의 48%는 냉난방, 온수 등 열에너지 형태로 쓰이고, 전기 형태의 소비는 20%에 불과하다. 특히 산업 부문에서는 최종에너지 소비의 60%, 가정·상업·공공 부문에서는 80%가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에너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전기 뿐만 아니라 열로 변환해 다양한 소비 부문에서 활용하고, 부문 간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면 재생에너지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P2H(Power to Heat)이다. P2H의 주요 기술로는 전력을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히트펌프, 전기보일러, 그리고 열에너지를 저장하는 축열조가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열에너지로 전환하면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열 생산 방식을 대체할 수 있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특히 P2H의 대표적 기술인 히트펌프는 자연계의 잠열을 활용해 300%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어,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도 많은 열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30년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기의 약 12%가 잉여 전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제주도 냉난방 수요의 약 17%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열에너지는 전기를 저장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장기 대량 저장이 가능해, 리튬 배터리 등 전기 저장 방식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적 특성상, 봄과 가을에 전력 수요가 낮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기 때문에 향후 전력계통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대규모 잉여 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잉여 전력을 열에너지로 전환해 저장한 후, 냉난방 수요가 많은 여름이나 겨울에 활용하면 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오픈AI CEO 샘 알트먼이 태양열을 저장했다가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엑소와트에 투자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 조치로 보이며, 열에너지 저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에너지 수요와 재생에너지 공급에 큰 차이가 있다. 현재 호남 지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의 지속적인 증가로 잉여 전력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전달할 송전선로는 충분히 확충되지 않은 상황이다.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해당 지역의 열 수요에 활용하면, 에너지저장장치와 송전선로 설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잉여 전력을 열에너지로 전환해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전력과 열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열에너지의 잠재력에 주목한 독일, 덴마크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활용해 열을 생산, 저장하고 이를 지역 난방 시스템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역 난방 그리드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히트펌프, 전기 보일러, 축열조 같은 기술 수준도 높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은 여전히 전력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열에너지를 포괄하는 통합적 정책은 부족하다. 열에너지 관련 통계 체계의 부재와 열과 전력 시스템의 별도 운영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정책은 국가 주도로 이행되는 탑다운 성격이 강하다. 현재의 전력 공급 중심의 에너지전환 전략을 리프레밍 해야할 때다. 전력 공급과 더불어 전력∙열∙수송 등 에너지 소비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정교한 전략 하에 지원 정책 변화와 기술 혁신이 뒤따를 수 있다.

탄소중립과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리스크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4년 5월 7일)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통상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후정책들은 변화하는 통상질서와 연계되어 자국 산업의 탈탄소 전환과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산업을 미국 내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시행하였으며, 유럽연합에서는 유럽 내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동등하게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시행하였다.

전세계는 지금 탄소중립과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양립이 결코 쉽지 않은 두가지 목표를 쫓아 복잡한 방정식을 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국가의 지리적 입지 특성에 따라 발전량과 발전 비용에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높은 에너지 비용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래 탄소중립 시대가 되면, 호주,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천혜의 환경을 보유한 국가들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저렴하여 수출 국가가 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은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재생에너지 발전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 경제성이 좋지 못한 데다가, 지역간 시차가 없고 인접 국가와의 육로 연결이 불가능하다 보니 변동성과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송배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소요될 전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타 국가에 비해 탄소중립 전환이 까다로운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 비중이 전체 GDP의 약 28%로 독일 22%, 일본 21%, 미국 12%, 영국 10%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산업의 탈탄소를 위해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그린수소를 국내 생산하여 활용하거나,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방법 모두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산업과 사회 모두에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킨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철강, 석유화학 산업이 다름아닌 에너지 비용 때문에 경쟁력을 잃거나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저렴한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제 저명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국가별 지리적 입지와 재생에너지 자원의 차이가 철강, 석유화학 산업의 생산 및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Verpoort et al., 2024).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비싼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의 기업들이 생산설비의 일부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로 옮기게 되면 비용을 18~38%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 선박을 이용해 수소를 수입하여 자국의 생산설비에서 이용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향후 기업들이 친환경 생산을 하기 위해서 설비를 재배치할 유인이 크기 때문에 공급망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았다.

이는 전통적인 에너지집약 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미래 선점 경쟁이 치열한 AI 분야에서도 전력 사용량 급증이 이슈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학습과 추론을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 연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AI는 우리 사회와 산업의 기반 기술로써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AI 선두주자인 MS는 재생에너지와 핵융합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추후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생산설비 등 첨단산업 역시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찾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열악한 자원과 환경 속에서 탈탄소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동시 달성하기 위해 정교한 탄소중립-산업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영국, 네덜란드, 독일의 모델을 참고해 기후경제부라는 정부부처를 만들어 기후정책을 환경 문제에만 국한해 다루는 게 아니라 경제까지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 재편 가능성을 평가하고 선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혼란의 시대, 미래를 그려보자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4년 3월 12일)

바야흐로 기후-에너지 위기의 시대이다. 한파, 폭염, 폭우를 비롯해 고공행진 중인 에너지 가격과 물가가 일상이 된 요즘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 에너지효율 개선, 에너지취약계층 지원 등 에너지 공급부터 소비 영역까지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환경은 사회적/기술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불확실성이 매우 커 정부, 기업, 개인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탄소중립 신기술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데다가, 국가 간 이해관계가 상이해 무역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의 기후정책은 대선 결과에 따라 기조 변화 수준을 넘어 아예 폐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장 강하거나 똑똑한 종이 아닌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는 없을까?

국가와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과 복원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재 상황에서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정확히 예측해 대응하는 단 하나의 전략을 수립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때에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을 법한 다양한 경로를 탐색하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 미래 시나리오는 미래에 대한 시야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래 상황에서 현재 전략이 견고하게 버틸 수 있을지 평가하고, 새로운 전략적 선택지를 모색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에너지기업인 셸(Shell)이 1970-80년 대에 석유파동과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는 데에 사용한 미래연구 방법론으로 알려져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과학기술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토론을 하고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시나리오를 도출한다. 이렇게 전문가의 직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미래 연구의 과정이 블랙박스 같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성적인 이미지 트레이닝 기법에 그쳤던 시나리오 플래닝은 최근 다양한 빅데이터 및 AI 모델 기반의 정량적 기법을 접목하면서 더욱 정교하고 시의성 있는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세계 특허와 학술논문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술개발 흐름의 방향성을 파악하고, 뉴스와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국제 정세와 시장-여론 트렌드 변화를 빠르고 객관적으로 센싱하는 식이다. 향후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면, 전문가 섭외 없이도 복잡한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변화 시그널을 조기 센싱하여 자동으로 시나리오와 대응전략을 만들 수 있어 보다 비용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발발 직후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으며, 생성형 AI 챗봇을 기반으로 광범위하게 동인과 얼리 시그널을 분석해 7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2040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우리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정부와 기업들은 RE100 등 탄소중립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RE100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기업들의 수출 길이 막히게 되는 시나리오가 도출된다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국외로 공장을 이전 배치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고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대비할 수 있다. 반대로,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하고 송배전망 확충은 지연되어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시나리오가 도출된다면, 기업과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 예비 전력설비 등을 구축하여 전력공급 중단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셸이 1970-80년대에 업계 5위에서 2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그 자체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터무니없어 보였던 그 미래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전략을 수정한 경영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와 기업은 지금까지 선진 국가와 기업의 성공방정식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추격자였다. 우리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이 혼란의 시기에는 뛰어난 미래감각과 이를 실행으로 연결할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잠들어 있는 에너지데이터를 깨우자 - 고려대 우종률 교수 (2023년 12월 5일)

우리 모두는 전기, 가스, 난방부터 전기차 충전까지 매일 매순간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이지만, 동시에 다양한 에너지데이터들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에너지데이터들은 하나씩 뜯어보면 쓸모 없어 보이는 숫자들이지만 한데 모아 포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탄소중립 시대로 가기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데이터들이 각 에너지 공급 기업에 흩어져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아직 에너지데이터 활용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데이터 3법이 개정되었지만, 에너지데이터의 원활한 공유와 활용으로 이어지기엔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에너지 기업들에게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해 데이터를 빨리 깨우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효율 증대,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는 전력계통 운영의 비효율을 가속화한다. 재생에너지는 해가 떨어지는 저녁에 발전량이 줄어드는데, 전기차 운전자들의 충전수요는 보통 퇴근 후 저녁시간이 될테니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에너지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수급상황에 따라 정교하게 에너지 수요를 조정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와 한전, 정부가 모두 행복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전기차 충전을 저녁 대신 낮에 하고, 퇴근 후 가정에서 전기 사용량을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생각보다 행동변화의 파급력은 크다. 소비자는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한전은 전력 피크시간 대비를 위한 발전설비 투자를 회피할 수 있고, 전력 구매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수 있어 이를 경영 성과 개선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하면서도 전력계통의 재생에너지 수용력을 증대하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일찌감치 에너지데이터 공유를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해 두었다. 미국은 가장 선도적으로 이를 추진하였다. 미국에서 잠들어 있던 에너지데이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법제화 덕분이다. 2011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소비자가 에너지 공급사에 잠들어 있던 데이터를 온라인을 통해 확인하고, 원하는 경우 자신의 데이터를 제3의 서비스 제공자와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지시하였다. 이 플랫폼이 바로 그린버튼이다. 초기에는 백악관, 에너지부, 국립표준기술원에서 에너지 데이터 공유를 위한 표준화 문제를 선제적 해결하고 플랫폼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 개발 경진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그린버튼 연합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구성하여 그린버튼의 표준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도록 했다. 각 주정부에서도 연방정부의 뜻을 받아들여 에너지 공급사가 그린버튼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법제화하였다. 즉 에너지 공급사가 그린버튼 표준으로 소비자의 데이터를 준비해두고 있다가 소비자가 원할 때 공유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이 덕분에 에너지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역량을 고부가가치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에너지 소비자와 전력공급사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그린버튼은 미국 10개 주에서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이 흐름이 캐나다와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1월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모든 에너지 공급사들에게 2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표준화된 형식으로 데이터를 준비하고 공유하도록 의무화했다. EU에서도 2023년 6월 에너지데이터 사용을 위한 시행법과 데이터 표준 모델이 채택되었다. 가장 먼저 그린버튼을 법제화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공유하는 소비자 수와 관련 서비스 개발업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전력 6만GWh와 이산화탄소 2,290만 톤의 감축 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수치는 서울의 1년 전력 소비를 충당하고도 남으며, 나무 20억 그루의 효과와 같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다. 하지만 구슬이 아무리 많다해도 구슬을 같은 규격으로 만들고 내놔야 꿸 수 있지 않겠는가? 에너지데이터 공유를 위한 표준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데이터가 세상에 나오게 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이고 강력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AI, 기후·에너지 위기를 돌파할 핵심도구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3년 6월 13일)

전세계가 챗GPT로 떠들썩하다. 진짜 전문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어려운 질문을 던져도 답변을 술술 내놓는다. AI(인공지능)는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만들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AI가 기후·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현재 정부와 기업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도출하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는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만큼 미래 에너지 문제는 정부, 산업, 개인, 국제사회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다 보니 각자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이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도 없어 정치적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그래서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확한 비용산정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에 기상·기후, 자연환경, 경제·산업, 과학기술, 도시계획, 에너지 소비행태 등 모든 유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줄 수 있다면 통합적 관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제약과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사이의 최적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탄소중립 도시 및 건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시스템 등을 최적 설계해주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

AI는 탄소중립 시스템의 설계 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활용될 수 있다.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실시간으로 달라지고 임의로 조절하기 어려워 수급불균형 문제 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전력시스템에 수용하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고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자원 들을 수급상황에 맞게 실시간 자동 제어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스템을 최적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AI를 통해 인력, 시간, 비용 등의 리소스를 최소화 하면서도 창의적이고 정교한 탄소중립 토탈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과정을 리소스가 부족한 지자체, 중소기업 등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게 되면서 정부와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기후·에너지 행동의 대중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한 A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관련 유망 스타트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스타트업 Mortar IO는 AI를 사용해 건물 및 도시의 실시간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 감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출하여 건물 및 도시 관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One Concern은 AI에 기상·기후 데이터, 지질학적 기상학적 지식, 관련 최신 연구결과를 학습시켜 지진,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 시뮬레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일본과 미국의 몇몇 도시와 기업은 이미 자연재해 경고 및 대응, 관련 비용 집행, 대응 매뉴얼 작성, 부동산 가치 측정, 보험금 지급 등의 의사결정에 이러한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Husk Power Systems은 전력망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인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AI를 접목한 자동화된 소규모 재생에너지 분산전력 시스템을 운영하며 개도국의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

기후·에너지 기술 관련 시장은 2030년까지 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이에 흘러 들어간 투자금액은 2020년 30조 원에서 2021년 60조 원으로 무려 2배 상승했으며, 전체 투자액의 약 4분의 1은 AI 기반 기술 분야이다. 하지만 적극적 투자 지원에 힘입어 앞서가고 있는 미국,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잘 키운 기후·에너지 AI 스타트업은 기후·에너지 위기 대응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효자가 될 수 있다.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지원 뿐만 아니라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 할 수 있는 기회 마련 등 관련 산업 생태계 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고차원 방정식 된 에너지 안보 - 고려대 우종률 교수 (서울경제, 2023년 3월 31일)

남의 일로만 느껴졌던 ‘에너지 위기’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난 겨울, 우리 사회는 전례 없던 가스∙전기 요금 폭등 문제로 떠들썩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난방∙전기 요금 뿐만 아니라 원자재, 공업제품은 물론 외식 물가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가계와 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또 기후변화 문제는 어떠한가. 그동안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왔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전세계의 이상기후 뉴스는 그 노력이 아직 역부족임을 드러낸다. 기후 재난이 지금 당장 내 앞에 닥치지 않는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제사회에서는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강력 규제들을 내놓고 있어 기업 경영을 위해서도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우리 앞에 한발 가까이 다가온 에너지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는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두 중심축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가스발전 비중이 높아 이번 러-우 전쟁으로 누구보다도 큰 타격을 받은 유럽은 탄소배출량이 적으면서도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적은 발전원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태양광∙풍력과 원자력 발전은 저탄소 전력원으로 이들의 탄소배출량은 석탄발전의 10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의 연료는 자연에너지와 우라늄으로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원자력은 안정적으로 발전이 가능하고 발전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태생적인 한계를 보완하는 좋은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유럽연합은 작년에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상향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원자력으로 생산한 수소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와 동등하게 저탄소 수소로 인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전력원을 지원할 정책과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을까? 먼저 재생에너지는 최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보급 목표를 낮추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이견 없는 라이징 스타이다. 일반적으로 전력시스템 내에서 주류 발전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환경성, 경제성,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아직 재생에너지는 초기 단계라 경제성과 안정성 개선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 전력시장 제도 개편, 송전망 확충,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도입 같은 과제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반면 원자력은 유독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왔다. 사실 원자력은 최근의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크게 활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자력은 작년에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30%를 담당해 석탄발전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판매단가는 석탄의 3분의 1, LNG의 4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유지하여 에너지안보 위기 상황에서 탄소를 감축하고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전력시장에서는 기여도에 걸 맞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발전원별로 기여도를 정확하게 평가하여 전력 판매에 대한 수익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하지만, 원자력은 활약과는 달리 오히려 역대 최저 수준으로 수익 정산을 받고 있다. 석탄발전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수익이 악화되어 선순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 유지보수 등 미래 계획 수립이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해외 시장에서의 원자력 기술 경쟁력 하락 뿐만 아니라 발전설비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영 또한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듯 에너지는 우리 사회의 경제, 정치,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기 때문에 상충되는 점이 많은 어려운 과제이다. 어느 것도 그 하나 만으로 문제가 다 풀리는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는 에너지 기술과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갈 때 달성될 수 있다. 다시한번 바닥부터 재점검해 볼 때다.

회적 갈등에 가로막힌 수소경제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3년 3월 21일)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에너지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온실가스,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수소를 활용하면 기존에 탄소배출이 많았던 철강, 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도 달성할 수 있다. 게다가 수소 원소는 고갈될 우려나 지역 편중이 없기 때문에 요즘 상황을 대입시켜 말하자면 탈 러시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진다.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경주를 벌이고 있다. 2022년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소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각각 52억 유로, 7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찌감치 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8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2030년까지 수소차 88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최근에는 발전사업자에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하였다.

수소경제란 기존 에너지 밸류체인을 화석연료 대신 수소 기반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에너지 자원을 채굴해서 전기나 열과 같은 에너지 형태로 변환을 하고 수송, 가정, 산업 부문에서 최종 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수소를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다름이 아니라 주민 수용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가 시민들의 뇌리에 박히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소를 전기나 열 에너지로 변환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최근 송도에서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이 주민 반대로 인해 백지화됐다. 5km 반경 내 거주민 대상으로 건립 찬반의견을 물었더니 무려 92%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 안정성 미흡, 환경검증 미흡을 꼽았다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들도 주민 반대로 인해 유사하게 난항을 겪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에너지 수요지인 주택가, 공단 등의 근처에 위치해야만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발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주민 수용성 문제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수소를 수송부문의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 자동차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수소자동차 보급률과 확산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반면에 충전소 인프라의 경우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고 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인해 충전소 건설이 길게는 2년까지 지연되었고, 심지어 건설 후에 운영이 중단된 사례도 존재한다. 수소자동차의 확산을 위해서도 충전소 인프라의 확산이 선행되는 만큼 충전소에 대한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결국 수소 자체에 대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소경제 구축은 어렵다. 보통 에너지시설에 대한 수용성을 저해하는 것은 미세먼지, 냄새, 소음, 안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수소의 경우에는 안전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크므로 이를 우선적으로 해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수소 안전에 대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통해 수소 안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규제를 마련하여 사고 가능성을 제거하고 지역주민의 불안감을 낮추는 한편 수소 안전에 대한 인식 개선 홍보 및 교육도 필요하다. 수소는 독성이 없고 질량이 가장 작은 기체이기 때문에 누출되더라도 대기 중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 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더러 발전 과정에서 화석연료와 달리 연소 과정이 동반되지 않아 위험성이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러한 수소 안전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수용성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이다.

또한 주민참여형 사업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주민참여형 사업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정책으로 발전소 인근 주민이 직접 발전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해 사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발전 수익도 주민들과 공유하는 형태이다. 수소 발전소 건설 및 운영에 있어서도 인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게 한다면 지역주민과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우리가 반드시 선도해야 한다. 그런데 수소발전소가 없으면 아무도 수소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고, 수소충전소가 없으면 아무도 수소차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소 인프라에 대한 수용성 확보라는 허들을 반드시 넘어야 할 것이다.

겨울 에너지 위기, 취약계층을 돌아볼 때이다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2년 12월 20일)

연일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온 세상이 얼어붙은 듯하다. 이번 겨울은 에너지 가격 상승, 글로벌 경제 침체, 기록적 한파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혹독한 겨울이 될 전망이다. 매년 겨울 이맘때면 여기저기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올해는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코로나 이후 회복 중이던 우리 사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의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고 석유, 석탄의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그리고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언제 다시 추가 급등할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전세계 많은 나라들은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천연가스 의존도를 계속 높여왔던 터라 전쟁으로 인한 가격 변동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알다시피 에너지원 가격이 올라 전력 도매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소매가격은 낮은 상태로 고정되어 있어서 전력을 팔면 팔수록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한 전력회사가 20개가 넘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전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전력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올해 말 약 30조 원의 누적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추가 인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천연가스 국제가격과 국내 공급가격과의 괴리에 따른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올해 말 10조 원을 넘어설 것을 보여 도시가스 요금 역시 추가 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과 가스공사 모두 원자재 가격 폭등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에너지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악조건 속에서 모두가 어렵지만 특히 취약계층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에너지 가격은 치솟는데 그 비용을 지불할 소비여력이 줄어들었으니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강력한파가 잦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 겨울 난방비가 당장 걱정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이들 중 38%가 에너지 고지서를 납부하기 어려워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취약계층은 이미 코로나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전쟁까지 터져버렸으니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정부는 이러한 취약계층을 위해 전기요금 할인 확대,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 확대 등 복지적인 관점에서 지원정책을 마련하였으나, 지금은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산업정책에서도 취약계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EERS) 제도를 설계할 때 취약계층을 고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에너지 공급기업에게 에너지 절감목표를 부여하고 다양한 효율향상 투자를 통해 이를 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현재 이 제도는 2018년부터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입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범사업에서 에너지 공급기업은 정해진 에너지효율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 및 가정 부문에서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총 에너지 사용량이 크지 않은 취약계층은 에너지효율 향상 사업 이행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져 에너지 공급기업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만약 이행 평가 시 취약계층 대상 사업에서 절감한 에너지 사용량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면 에너지 공급기업의 자발적 사업 개발을 유도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면서 취약계층도 같이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는 최소한의 삶(decent living)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필수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효율성만 이루는 시장의 원리에 맡겨서 재화가 분배되도록 하면 안 된다. 최소의 에너지 소비조차 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모두 고려한 정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우선 돌보는데 노력해야할 때이다.

위기의 재생에너지를 구할 유망주, V2G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2년 10월 18일)

최근 에너지 산업은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도입에 앞장서던 제주도에서는 출력제한 관련 재생에너지 사업자 손실 보상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머지않아 내륙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임은 자명하다.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의 미래 연착륙을 위해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변동성과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우리 전력시스템에 수용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유연성 자원을 전략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낮에 ESS에 저장해 놓은 태양광 에너지를 일몰 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출력제한량이 크게 감소할 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을 덜 사용하게 되면서 발전비용과 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유연성 자원의 대표격인 배터리 ESS는 에너지저장 효율이 우수하지만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ESS에만 의존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려고 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ESS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면서 비용 부담이 확연히 적은 유연성 자원이 있다. 바로 V2G(Vehicle to Grid)이다. V2G는 이미 보급된 전기차의 배터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 설비 비용 부담이 적다. 또한 전기차 대부분이 전력 수요지인 도심에서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력 공급지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망을 따로 지을 필요가 없어 지역사회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2030년까지 전기차를 360만 대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고려한다면 V2G는 향후 상당한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V2G 도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최적화된 충전 인프라가 없다면 V2G는 탄소감축 효과가 없고 경제적 가치도 없을 것이다. 성공적으로 V2G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낮 시간에 남는 태양광 발전량을 전기차에 저장하였다가 일몰 후 전력망에 방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전기차 대부분은 직장 출퇴근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낮에는 직장 근처에 충전기가 없어 일반 주차를 하고 있고 밤에는 거주지에서 충전 주차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전기차의 낮 시간대 충전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면 V2G는 도입해봤자 무용지물이다. 향후 직장 근처에 충전기를 보급하고 거주지에는 양방향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보급해 V2G 도입의 편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V2G 서비스 플랫폼은 보상체계와 운영방식 설계에 따라 사업성이 생길수도 아닐수도 있다. V2G는 일반적인 ESS 자원과는 달리 전기차 소유주가 플랫폼에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활용 가능한 자원이 많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이용이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하여 참여를 늘리고, 정교하게 설계된 보상체계 및 운영방식을 통해 전기차 소유주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전기차 소유주, V2G 사업자, 발전사, 한전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날씨 예보와 달리 급격히 날씨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빠른 퇴근을 유도해 전기차 방전을 유도하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력시장을 개편하지 않으면 V2G 플랫폼을 운영하는 혁신기업과 이에 참여하는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전력 도매시장에서 가격은 전력거래 하루 전에 1시간 단위로 결정되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전력 도매시장을 도입하여 가격이 실시간 수급 여건에 따라 결정되고, 이에 따라 유연성 자원의 실제 가치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게 해야 V2G 플랫폼 사업자들의 진입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현재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 충전 소매요금을 낮게 책정하고 있지만 추후 전기의 시간대별 계절별 본래 가치만큼 충전요금을 책정해야 V2G 참여로 인한 보상이 커져 전기차 소유주의 참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력시장을 개편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누브, 유럽 제드릭스와 같은 혁신적인 V2G 플랫폼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존 산업경쟁력을 이용하여 전기차를 개발하고 양방향 충전기를 개발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V2G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V2G가 탄소중립 시대의 강력한 구원투수가 되어줄 지, 아니면 유망주에 그칠지는 지금부터의 준비에 달렸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선행조건, 에너지저장 포트폴리오 - 고려대 우종률 교수 (2022년 8월 16일)

우리는 그동안 대표적인 탄소중립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모든 에너지원의 전기화를 꼽아왔다. 태양광, 풍력으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 공장에서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쓰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과 달리 현실적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을 간과해왔다. 풍력, 태양광 발전량은 자연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임의로 조절하기 어려워 필연적으로 전력의 공급과 수요 시점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게다가 저장이 용이했던 기존 화석연료와 달리 이미 발전한 전기는 저장이 어렵다. 이렇다 보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기가 남아서 버리고 심지어 전기가 부족해서 정전이 일어나는 상황도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년까지 30%, ’50년까지 60~70%로 확대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는 ’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라는 공격적인 목표 하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으나 체계적인 전략 없이 급하게 진행된 탓에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내에서 순간적으로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처리하지 못해 강제로 발전기를 멈추는 출력제한 조치는 ’19년 46회에서 ’21년 64회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정전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욱 증가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는 시간 단위(단주기)에서 계절 단위(장주기)로 일개 지역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되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쪽으로 막혀있고 삼면이 바다인 실질적인 섬나라라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현재 제주 섬의 문제는 곧 우리나라 전역에 더 크게 발생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런 수급 불균형 문제를 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서유럽에서는 국가별로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단주기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독일에서 해가 지면서 전력이 부족해지면 아직 낮인 네덜란드에서 전기를 보내주는 식이다. 한편 국가전력의 94%를 수력발전으로 조달하는 노르웨이는 전력거래를 활성화하여 강수량이 풍부한 여름에는 노르웨이에서 주변국으로, 강수량이 적은 겨울에는 주변국에서 노르웨이로 전기를 보내 장주기 계절성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인접 국가와의 육로 연결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실정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저장장치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기술은 배터리, 양수발전, P2G(Power to Gas) 등이 있고 각각 비용, 용량, 기술 성숙도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지역별, 계절별, 시간대별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수요의 패턴을 분석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저장장치 기술 조합을 선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주기에는 배터리, 중주기에는 양수, 장주기에는 P2G 기술이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에 최적인 에너지저장장치 포트폴리오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과 에너지저장장치 포트폴리오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포트폴리오를 도출할 때 향후 계획된 발전원별 비중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반대로, 에너지저장장치 기술의 실현 가능성과 도입 비용을 고려해서 연도별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와 발전원별 비중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태양광 90%, 풍력 10%로 할 때 가격이 비싼 장주기 저장장치의 설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독일의 최적 비율은 태양광 30%, 풍력 70%인데 만약 캘리포니아의 최적 비율을 그대로 따라가면 비싼 장주기 저장장치를 2배나 더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 최적 비율을 찾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진행이 더딘 상태다. 에너지저장장치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려 없이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몰두하면 분명 천문학적인 청구서가 곧 날아올 것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 설치에만 1,000조 원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포트폴리오 구축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선진국도 아직은 완성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고 우리나라의 환경은 특수하다. 참고할만한 사례는 많이 없지만 우리는 배터리 분야의 선도기업 등 좋은 기반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아가면 에너지라는 거대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고 퍼스트 무버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소확행, 넛지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2년 6월 21일)

최근 원전 활성화, 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 관련 이슈가 뉴스를 연일 장식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원을 전환하는 것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유일한 과제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63%는 에너지 수요자인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켜야만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사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친환경차와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즉, 우리를 둘러싼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만으로는 탄소중립이 어렵고, 사회 구성원이며 에너지 수요자인 우리가 변화해야만 비로소 탄소중립 사회 실현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사람의 행동 변화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래서 다양한 전략적 개입을 통해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넛지(Nudge)라는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동변화 도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넛지란 강제로 팔을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로 찌르듯 살짝 자극을 주어 행동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네덜란드에서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작은 파리를 그려 넣어 소변기 바깥으로 튀는 소변 80%를 줄였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대표적 사례이다. 기존 에너지·환경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친환경적 선택과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강압적으로 규제, 세금을 부과하고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왔다. 하지만 여기에 넛지를 적용한다면 기존 강압적 정책에 대한 국민 거부감을 완화하고 인센티브 정책으로 인한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소비자의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손실회피, 사회적 규범 중시, 현상유지 선호 등 사람들의 심리적 편향을 이용한 넛지 전략이 있다.

필자는 사회적 실험연구를 통해 가전제품에 붙어있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라벨의 표현방식을 살짝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고효율 제품의 판매량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고효율 제품에 “이 제품을 사용하면 매년 4.5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 대신 “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매년 4.5만원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입니다”라고 제시하는 식이다. 그러자 가격이 30만원이나 더 비싼 고효율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5% 증가했다.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실회피 편향을 이용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넛지를 활발히 활용 중이다. 미국 에너지 수요관리 기업 오파워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각 가정과 주변 이웃의 전기 사용량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자발적으로 전기를 절약하도록 유도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러한 고지서를 받은 가정의 72%가 행동 변화를 보였고 결과적으로 전력 소비량을 종전 대비 2% 줄이는 데 성공했다. 미미해 보이지만 이는 전기요금 11~20% 인상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로 평가된다. 이웃과의 비교를 통해 사회적 규범 및 기준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공급받겠다고 선택하는 소비자가 7%에 불과한 상황을 돌파하고자 ‘디폴트 옵션 전략’을 이용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전력공급 계약을 할 때 전기의 생산방식을 선택하는 다지선다형 문항에서 재생에너지 100% 옵션을 미리 디폴트로 체크해 놓는 식이다. 재생에너지 100% 옵션은 추가 비용이 있고, 만일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마우스 클릭으로 간단히 선택사항을 바꾸면 되지만, 놀랍게도 기존 대비 10배 증가한 70%의 소비자들이 이를 그대로 두었다. 기존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유지 편향을 이용한 결과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정책 결정 시 행동과학적 접근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탄소중립에도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2010년 총리 직속으로 넛지정책전략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의 주체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업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협업하여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선택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친환경 행동이라는 원하는 결과를 생각보다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소확행 넛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전기차 보급, 속도 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2년 4월 13일)

탄소중립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며 각국 정부에서 공격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신성장동력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우리 정부도 2020년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과감한 재정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 대(전체 판매차의 33%)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바로 다음 해인 2021년에는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이러한 목표를 362만 대로 상향 조정하였다. 올해에는 충전 인프라 구축과 충전요금 동결을 골자로 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전기차 보급 사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격적인 정책 목표와 달리 단편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지금, 전력망 및 충전 인프라 관점에서 전기차 보급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기차 연료인 전기의 친환경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의 전원믹스 하에서 운행거리에 따른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2gCO2eq/km으로 휘발유차(120gCO2eq/km)와 비교해 감축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전량 중 석탄 및 가스 발전 비중이 64%로 매우 높은 탓이다. 반면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노르웨이에서는 2gCO2eq/km,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높은 프랑스에서는 7.5gCO2eq/km에 불과하다. 탄소중립이라는 원래의 목표를 상기시켜 본다면, 화력발전 비중은 낮추고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비중은 높이는 방향으로 전원믹스를 전환하면서 이에 발을 맞춰 전기차 보급 속도를 조절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차 보급 시 급격히 증가할 충전용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 미국 전력 생산량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에 열정적이던 중국에서는 작년 전력난으로 인해 충전소가 폐쇄되어 운전자들이 전기차 운행을 못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은 주로 일과 후 저녁 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낮에만 발전하는 태양광 비중이 향후 크게 증가하면 일몰 후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앞서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을지 점검하고, 발전 및 송배전 설비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 전기차 보급을 고민하는 환경부와 전력수급을 고민하는 산업부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충전시설의 양적 확대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이용자의 행태를 반영해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충전시설을 배치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美 MIT 연구팀은 미국인의 생활패턴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속도로 급속 충전기 보급이 전기차 확산의 숨은 열쇠라는 것을 확인했다. 고속도로에 급속 충전기를 추가 보급하면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긴 전기차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미국 운전자 대부분이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더라도 기존의 운행 패턴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전기를 가정 및 직장에만 보급했을 때 미국 운전자의 10~40%만 기존 운행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과 비교해보면 충전기의 전략적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해 올해 2월 미국 연방 정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Formula Program)를 발표했다. 이 정책을 통해 한 시간 내 완충이 가능한 고속 충전기를 미국 전역 고속도로에 80km 당 최소 4대씩 갖추도록 향후 5년 동안 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으나 정교한 분석에 기반한 정책 실행은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도 충전소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하고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어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한다. 효과적인 전기차 보급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전기차로의 성공적 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에너지시스템 전환, 사람들의 실제 생활양식에 최적화된 충전 인프라 확대 등 기술과 우리 사회의 유기적 관계까지 고려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재정투자에만 기댄 단편적인 전기차 보급정책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새 정부에서는 속도보다는 내실을 갖춘 전기차 보급정책을 기대해본다.

에너지 마이데이터, 탄소중립 실현의 숨은 열쇠 - 고려대 우종률 교수 (내일신문, 2022년 2월 9일)

개별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 데이터를 한데 모아 보여주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2022년 1월 5일 전격 시행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곳저곳 흩어져 있던 자신의 금융자산과 신용정보를 한 개의 스마트폰 앱에 모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맞춤형 금융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소비자의 금융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데이터 교류만 활성화했는데도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교육 등 다른 산업에서도 이러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에너지 신사업을 창출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이 필요하다. 우선 에너지 마이데이터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 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또는 에너지 기업의 보상금에 반응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시민들의 행동 변화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시키고 기상조건에 의존하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가 에너지데이터를 쉽고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증가하고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1년부터 정부 주도로 에너지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기후 행동 계획(Climate Action Plan)’ 이라는 굵직한 기후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데이터 공유 플랫폼 ‘그린버튼(Green Button)’을 구축하였다. 그린버튼을 통해 소비자는 실시간 에너지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확인하고, 원하는 경우 자신의 데이터를 에너지 서비스 제공업체에 쉽고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2021년 11월 개최된 그린버튼 기업총회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10개 주와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는 에너지 공급 기업들이 그린버튼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법제화를 완료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따라 그린버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에너지 혁신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옴커넥트社는 전력수요가 높아 전력망에 전기가 부족할 때 그린버튼을 통해 전력사용 데이터를 공유한 소비자에게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안내하고 전기를 평소 대비 절약한 만큼 보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로지컬빌딩社의 경우에는 상업용 건물 고객의 전력 및 수도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건물 운영비용을 낮추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그린버튼을 가장 먼저 법제화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서 말한 그린버튼 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수가 2013년 도입 이후 5년 만에 1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였으며, 결과적으로 1,500만kW의 전력수요를 절감하여 50만kW급 발전기 30개의 추가 건설이 불필요하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 전체 용량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경우, 전력·가스·열 등 다양한 에너지데이터가 생성 및 축적되고 있지만, 아직 에너지 마이데이터 사업에 관한 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신산업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미국 성공의 이면에는 법령, 제도, 데이터 공유표준 등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준 정부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에서도 에너지 마이데이터를 도입하기 위한 초기 기반을 잘 닦아주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미국 사례와 같이 성공적으로 에너지데이터 플랫폼을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동안 국내 에너지 시장의 높은 문턱 탓에 뛰어들지 못했던 신생기업의 시장 진입과 함께 에너지 신사업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